3국의 미디어에 나온 농인 인물을 보고 든 생각.

 

※아래 글에는 영화 <행복목욕탕>, <BABY DRIVER>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식하지 않아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리나라의 TV드라마나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 농인인물이 나온 적이 없었다. 최근에 본 미국영화, 일본영화, 한국드라마에서 농인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희망을 다시금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3명의 극중 인물을 설명하자면, 일단 2017년에 개봉한 <Baby Driver>에 나온 주인공 BABY의 양아버지. 주인공은 귀가 들리지 않은 양아버지와 수어로 대화한다. 다음은 2016년에 개봉한 <행복목욕탕>에서 나오는 큰딸 아즈미양의 친엄마 사카마키 씨이다. 아즈미의 엄마는 남편이 젊을 적에 만난 여자와 생긴 딸을 키운다. 그러면서 후에 친모와의 교류를 위해 어릴 적 아즈미에게 수어를 가르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진실을 알게 된 후, 마주한 모녀는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어제 본 tvN의 드라마 <저글러스>, 한 등장인물의 아버지가 농인으로 나온다. 극중에서 대기업 전무의 비서로 일하는 등장인물 보나,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모시고 있는 전무의 사무실에 들어가 구두걸이에 구두를 걸쳐 나온다. 허술한 일처리로 회의에서 수모를 당한 전무는 사무실로 들어오는 길에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보안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비서인 보나에게 큰 소리로 화풀이를 한다. 이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본 아버지. 화면이 바뀌고 보나는 아버지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 아래에서 검은 봉다리에 든 소주를 들고 아버지가 올라온다. 계단을 다 오르니 딸의 두발이 보인다. 아버지의 손에서 검은 봉투를 빼앗아 들고 보나는 아버지를 재촉해 계단을 내려간다. 국밥집에서 식사에 소주를 마시며 아버지에게 말한다.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상사가 말이 너무 심했다며 사과했다고.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에 대고 몇 번 아버지를 부르고는, 대답이 없자 이내 그 등에 대고 사실은 너무 힘들다고 울먹이며 소리를 지른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일상적 캐릭터로서 농인이 극에 등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작품에서는 (아마도) 일화 속 갈등을 유발시키는 장치로서 등장한다. 굉장히 단편적이다. 하지만 그 뿐이라 하더라도, 등장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하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변화도 사실 그 이면에는 당사자들의 지난한 사회적인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