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노회찬 후보 경남도 연설]

 

존경하는 경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자랑스러운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당원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낮에 11시에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침 어제 국회가 끝나서인지 한나라당 부산시 지역구의원 2명과 자리를 함께하고 내려왔습니다.
그중에 한사람이 저를 보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어디에 출마해도 좋으니, 제발 부산에서는 출마하지 마라'하고 저한테 이야기 했습니다.
여러분 제가 어떻게 이야기 했을까요?
부산에서 제가 출마할까요? 말까요?
제가 어떻게 답했는지 아십니까?
부산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한나라당 의원에 말에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현역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습니까?"하고 말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에 현역 대통령이 누구입니까?
"현역 대통령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습니까?" 하고 답했습니다.
(함성, 웃음)

저는 요즘에 한나라당 후보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박근혜 후보, 박근혜 후보가 20대 초반의 나이로 영부인의 역할을 하고 있을때, 이 노회찬은 고등학생의 나이로 유신반대 유인물을 살포하면서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살아생전에 그 강고한 유신체제가 무너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은 한발의 총성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1980년 광주대학살이 진행될 때, 저는 학생운동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기용접을 배우고 현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잔업까지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돌아와서, 새벽1시 2시까지 유인물을 제작해서, 빈민가 노동자들의 삶터 곳곳으로 다니면서 선전활동을 했습니다.
노동조합 하나, 내놓고 만들기 힘들던 시절 저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일하고 파업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내 생전에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가 알았습니까?
1987년 7,8,9월 대파업 투쟁 때, 바로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이 그 석 달동안 1200개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3000건이 넘는 파업을 감행했을 때 저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스스로 물어봤습니다.
살아생전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꿈이 아니라 현실로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살아왔습니다.

감옥에 갔다와서 본격적으로 진보정당 건설운동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조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2000년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꿈이 실현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박수 환호)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졌을 때, 다들 정당만들어서 뭐하느냐, 국회도 가지 못할껄..
당부하는 사람들, 그만두고 보수신당으로 가서 출세하려느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빠르게 국회의원을 10명이나 배출하면서, 진보정치의 세상을 열어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러분!
(박수 환호)

제가 지난 3월 11일, 대선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 노회찬은 정치경력을 쌓기 위해서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진보정당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최초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꿈이 아니냐?', ' 살아생전에 그럴일 있겠느냐?'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과연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살아생전에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전, 모 방송국의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시선집중이라는 프로에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박근혜, 정동영, 노회찬 이렇게 3명을 놓고 조사를 했습니다.
그 조사에서 대통령에 출마했는지 안했는지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는 이 노회찬이 그 조사에서 12.1%를 기록했습니다.
저를 17대 대선에서 본선에 내보내 주십시오.
민주노동당 후보가 확정되는 9월말까지 20%의 지지율을 올려내겠습니다.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 12%를 기본적으로 따고 들어가는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20%는 불가능하겠습니까? 절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9월말까지 20%를 달성한 후,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직전, 11월 까지 30%대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박수, 환호)

그렇게 된다면, 이번대선은 1987년 대선이래로 20년 만에 3강구도가 형성이 됩니다. 거기서 민주노동당이 4천만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그것이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박수, 환호, 노회찬 연호)

그래서 저는 이번 대선이야 말로 민주노동당의 명운을 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에 맞서서 국민들 앞에 무엇을 보여줘야 합니까?
일자리 200만들겠다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300만개 만들겠다. 그렇게 이야기 해야합니까?
그런 식의 정책에 서민들이 감동합니까?
어느 정당보다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정당이 민주노동당입니다.
그런데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민주노동당에 마음을 열고 있지 않습니까?
왜 우리 농민들이 아직도 민주노동당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까?
그것은 아직 그분들을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는 우리 민주노동당이 한나랑과, 열린우리당과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사상이 다르다는 것을, 철학이 다르다는 것을,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노동당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박수 환호)

저는 이미 민주노동당이 집권한 후에 부동산만큼은, 최소한 부동산만큼은 사회주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5년간 재산 150억이 추가로 불어난 이명박 후보에게 부동산 보유세 30억을 매겨야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심판해야 합니까? 지난 5년 동안 민생을 파탄시킨 노무현 정부입니까?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동안 대통령자리 하나 말고 무엇을 잃어버렸단 말입니까?
따라서 이번 대선은 노무현정부 하나 갈아치우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대선은 바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지난 20년의 6공화국을 통채로 통채로 해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박수)

그래서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이번선거야말로 지난 20년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7공화국을 민중의 힘으로 함께 수립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
(박수, 환호)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민주노동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아직 서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어야 합니까? 거대한 산을 움직이듯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고,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국민들의 마음을 감동시켜본 경험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정치인 중의 한명입니다.
저는 항상 그래왔지만, 비슷비슷한 동료들과의 싸움에서는 약합니다.
아주 약합니다. 그래서 지난번 비래대표에서는 8등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누가 앞장서서 민주노동당을 승리로 이끌었습니까?
동료들과의 싸움에서는 한없이 약해지지만, 거대한 적들과의 싸움에서는 한없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누가 김종필을, 9선 보수정객 김종필을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렸습니까?
누가 국회의원중에 최초로 미국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습니까?
누가 삼성권력과 맞서 싸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 엑스파일 때문에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저를 큰 싸움터로 보내주십시오.

저는 이제까지 남이 닦아놓은 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내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노동당 집권의 꿈, 길이 없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앞장서 길을 만들면 됩니다.
노회찬과 함께 민주노동당 집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갑시다.
집권의 꿈을 실현시켜냅시다.
민주노동당에는 노회찬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민주노동당 집권의 꿈, 반드시 실현시켜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환호, 함성, 노회찬 연호)

conatus
정확히 12년 전 이 즈음이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후보를 놓고 소위 권, 노, 심 3자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노회찬 선본의 기획홍보팀장을 맡았고, 초기에는 선거전략기획 수립 업무를 주로 하다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고 부터는 인쇄 홍보물 기획, TV 토론 준비, 후보 연설문 작성 등 참 여러 가지 일을 했었다. 어쩌면 그 당시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열정적으로 일했고,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 권/노/심 3자 경선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지역 유세를 가면(당시에는 흥행을 위해 모든 광역에서 대부분 따로 유세를 진행했다.) 항상 지역 방송국 TV 토론을 했고, 저녁에는 대규모 당원 유세가 진행되었다. 정책팀과 협의를 통해 지역 방송국 TV 토론 자료를 작성하고, 후보와 의논하여 모두 발언, 마무리 발언을 정하고...(물론 따로 TV 토론 연습은 하지 않았다. 워낙 후보가 프로여서...자료를 잘 작성해주면 잘 하셨다.) 저녁에는 지역에 맞게 유세문을 작성해서 전달하고...(물론 노회찬 후보는 써준 대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유세에 모인 당원들을 들었다 놨다 했으니. 그래도 80% 정도는 공들여 써드린 연설문을 잘 소화해주셨다.) 당시 우리의 이슈는 최근 장석준 동지가 칼럼에서 언급한 ‘제 7공화국’ 건설 운동이었다. 물론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려와 의견이 있었지만, 노회찬 후보가 단호하게 결정하였다.
당시 우리의 문제의식은 신자유주의 권력과 정책에 맞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87년 체제의 산물인 6공화국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으로 ‘제 7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당시 경선과정에서 경쟁후보였던 모 후보는 최근 정의당 당직선거의 논쟁과 비슷하게 ‘헌법을 바꾸자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거나, 자칫 또 다른 이념 논쟁에 빠질 수 있다.’며 공격했다. 당시 TV 토론을 준비하며, 이러한 경쟁후보의 공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드렸다. “제7공화국은 가치, 철학, 사상, 노선 투쟁이다. 다른 후보의 발표를 보면 가치, 노선이 있다기 보다는 공약의 나열이나, 제도 수정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노선투쟁, 가치투쟁으로 정책에 비젼과 열정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이 메모를 정확히 자신의 언어로 TV 토론에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치열한 선거를 치렀고...그 선거에서 패배했다. 패배를 확인한 그 날 나는 노회찬 앞에서 한없이 울었다. 그는 자신 역시 아팠겠지만, 울고 있는 나를 안아주고 위로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났고, 노회찬 선배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난 노회찬 정신을 잇는 것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원칙적이었던 그의 노선과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운동일 것이라 믿는다.
아래는 당시 경남도당 유세 전문이다. 노회찬의 당시 노선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긴 글이지만 다들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한다. 오늘 그가 한없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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