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비례대표) 불출마 선언문

 

저는 21대 총선에 불출마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는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를 ‘목적’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고 중앙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우리 정치에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소속 정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지만, 제 평생의 신념이자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노동회의소 도입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제가 늘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사회발전의 주체는 노사입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사회복지 모델도 노사관계에서 나온 대화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못했고 오직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이 나라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래서 노사관계의 결과물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 중심의 경제정책은 현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제 노사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노동회의소를 도입하여 경제의 주체인 노와 사가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노조조직률은 10%에 불과합니다. 조직된 10%의 노조만으로는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90%를 끌어안는 중앙 차원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지금의 조직된 10%와 결합해 총노동 대 총자본이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가 되어, 사회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저는 지난 15년 동안 노동회의소를 계속 주장해 왔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현실 정치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비록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노동회의소가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제가 대표발의한 노동회의소 법안이 통과되어야 합니다.

 

정치란 유의미한 함수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집권 시기를 비교분석해보면, 저소득층 소득 향상률이 민주당 집권 시기에 6배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소득·노동자 계층 중 상당수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함수관계가 곧 확고한 지지층으로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어떻습니까? 우리편이라고 믿었던 정부가 2년도 안 돼 주 52시간 상한제를 누더기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노동자를 위한 정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지만, 저의 뒤를 이어갈 후배님들은 정치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하고, 그 유의미한 함수관계를 만들어 진정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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