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례대표 출마선언문, 양경규>
출마 선언문으로는 조금 뜬금없지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84세의 영국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 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택배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Sorry, I Missed You”입니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때 물건을 집 앞에 놓아두고 문에 붙이는 스티카의 문구입니다.
그러나 이 문구는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택배 노동자의 그 고통스러운 삶을 놓쳤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이, 정치가 고통 받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놓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고 광화문 한 복판에 누운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는 대법판결에도 불구하고 217일간을 싸워야 했던 톨게이트 노동자의 삶을 놓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는 성북 네모녀의 죽음을, 김용균을, 김용희를, 박문진을, 부양의무제 완전철폐를 위해 싸우는 장애인을, 아직도 눈물짓는 성소수자와 여성의 아픔을 놓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바로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놓치지 않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정의당은 결코 이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회는 평등하게, 진보정당다운 정의당을 위해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 여러분!
오늘, 불평등과 차별의 시대 한복판에서 진보정치는 무엇이며, 진보정당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진보정당은 브라질과 호주의 산불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지구라는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이윤을 위한 무한경쟁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자연을 파괴하며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으로 이어지는지를 꿰뚫어 보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바로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당, 사람이 사람답게, 사회는 평등하게를 거침없이 외치는 정당, 그것이 진보정당일 것입니다. 정의당이 그런 역할을 해 나가며 희망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 국민들은 정의당을 향해 “정의당답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제가 오늘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국민여러분에게는 사랑 받고 당원에게는 자랑이 되는 정의당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 국회 가장 왼쪽에 서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한민국 국회 가장 왼쪽에 서서 집요하고 끈질기게 불평등과 차별의 벽에 도전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회는 평등하게를 실현하기 위한 장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백만 촛불이 염원했던 “완전히 새로운 나라”, 진보정치가 일찍부터 갈고 닦으며 벼려왔던 또 다른 공화국의 비전, 제7공화국을 위한 행장을 꾸리고 오늘 길을 나서겠습니다. 그 행장에 새로운 길의 문을 열기 위한 열쇠 꾸러미를 담아 두겠습니다.
1. 불평등의 근원인 땅과 토지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부동산공화국에 정면으로 도전하겠습니다. 1가구 다주택금지와 주택초과소유분에 대한 징벌적 과세, 임대료의 전면적인 공공통제와 세입자의 계속주거권 입법을 준비하겟습니다.
2. 이윤보다 인간이 존중되고, 노동의 가치가 실현되기 위해 재벌공화국에 맞서겠습니다. 노동소득격차해소를 위한 사회연대임금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일련의 법안을 준비하겠습니다. 노동소득의 격차해소는 단지 고임금을 억제하고 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공정을 넘어 공평한 노동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산별교섭체계의 정착을,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최저임금을 경제논리가 아닌 인권의 영역으로 만들어가는 법안을 준비하겠습니다.
3. 기후변화에 과감히 맞서 환경과 생태가 인간의 기본권이 되는 녹색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겠습니다. 녹색에너지체제로 사회체제의 전면적인 전환을 준비하고, 이를 위해 공공재원 확보를 위한 녹색전환은행 설립 등의 법안을 준비하겠습니다.
4.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 , 세대간 연대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위해 연대.평등공화국의 문을 열겠습니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차별금지법의 문을 열겠습니다. 성평등기본법을 준비하고, 청년을 위해 대학까지 무상교육, 청년부채 탕감, 대학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청년3법과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연금제도의 전면적 보완입법을 준비하겠습니다.
당원들과 함께 진보정당다운 정의당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이 새로운 나라를 위한 장정에 6만 당원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의원 하나의 힘으로 불평등과 차별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의당의 전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며 이 긴 여정에 당원들과 동행하겠습니다. “정의당답다”라는 말은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방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의당답다”는 당원참여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동행의 리더십이 살아나는 “완전히 다른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당원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 정의당이 지역운동, 부문운동과 함께 하며 의회정치와 사회운동이 만나는 공간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광장의 정치와 의회정치가 끊임없이 소통하는 열린정당의 모습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진보정치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가 되어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 그리고 청년들이 진보정치의 물을 맘껏 길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완전히 다른 정당, 정의당을 준비하겠습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전환, 준비된 대안 양경규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여러분!
87년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과 함께 33년을, 1997년 국민승리 21, 민주노동당의 창당과 함께 23년을, 노동운동가로, 진보정치의 파수꾼으로 살았습니다. 그 기간 내내 새로운 전환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늘 문을 열어 왔습니다. 노동운동의 첫 걸음에 함께 했고 진보정치의 첫 깃발을 올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변화의 시기마다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새로운 길로 통하는 문을 열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진보정치를 열었던 사람으로서, 정의당의 준비된 대안이 양경규임을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은 견장이 아니라 다른 사회를 향해 나아가라는 국민의 명령이고, 진보정당다운 정의당을 만들라는 당원 여러분의 바람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양극화, 기후위기, 성평등,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놓여 있는 세계, 한국사회, 그 새로운 전환을 위해 다시 문을 열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가장 왼쪽에서 저 양경규가 그 일을 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