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번 총선은 선거 연대를 하든 하지 않든 야권의 참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야당을 복원하고 정책 정당으로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김종인 리더십으로 집안 단속을 하고 그나마 바닥의 표를 긁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적당히 보수 양당 구조에 안주하면서 의석수 계산이나 하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될 가능성은 요원하다.지상파와 종편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으며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짜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등이 왼쪽에서 확실한 진보 진영의 의제를 구축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좀 더 왼쪽으로 옮겨오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견인하고 중도 무당파층을 흡수해 자연스럽게 새누리당을 보수가 아닌 극우 기득권 집단으로 가두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선거 연대가 아니라 정책 연대가 절실하고 그러려면 건강한 진보 정당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최악과 차악 중에 고르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승리의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논리와 문법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김종인 이외의 대안이 없고 다만 또 한 번의 처절한 패배를 겪고 교훈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선거는 이미 망했다
“이러다가 선거 망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29일 저녁, 김종인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념 논쟁으로는 우리당에 좋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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