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시민의회' 대표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수많은 단체에게 '깃발을 치워라!'고 목소리를 키웠던 시민들을 보지 못했는지 묻고 싶네요.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시민들이 굳이 남의 깃발에 대고 치우라고 했던 이유는 특정 계파나 모임의 일원으로 촛불을 들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앞으로 믿고 싶고 믿어야하는 '국회'와 '정부'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헌법에 규정된 국회와 정부를 인정하지만, 그들이 병신짓을 하고 있으니 바른 길로 이끌어내고 싶은 열망을 담아 촛불을 들었던 겁니다.

시민의회와 국회가 뭐가 다른가요? 국회의원도 시민이 투표권으로 뽑는 시민의 대표자가 아니던가요? 국회의원들이 각자 자기 지역구의 민심을 제대로만 떠받들고 행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끝없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제도권 안에 있는 대표자들의 부정한 짓거리를 탄핵하려는 것이지 현 헌법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기득권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촛불이 아니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시민의회에 대한 질책이 커지자 '시민의회' 홈페이지 대문에 게시하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여전히 찝찌름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석연치 않습니다. 물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기득권' 혹은 '완장을 찬 자들'에게 신물이 난 상태라서 생기는 막연한 의혹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문에 올리신 '해명문'에 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1. 시민의회 대표단 구성에 대한 논의는 원점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추최 측 해명문 중.

원점을 찾기 이전에, 우선은 당신들이 누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누구이기에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 운영자들'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것인지,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홈페이지와 '빠띠'라는 이름의 이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은 어떤 돈으로 만들어진 건지, (저는 빠띠를 지금 처음 알았고 가입하고 서야 페이스북과 비슷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칭 '시민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최소한 스스로를 공개해야 하는데 당신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 왜 온라인 시민의회를 구성하려고 했는가.

"온라인 시민의회는 제도권 정치를 배제한 채 새로운 법적, 제도적 장치를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탄핵소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시민들은 이제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카톡으로 제보도 하고, 메신저를 통해 탄핵 가결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추최 측 해명 중.

말씀하신대로 이미 각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자와 sns를 통하여 소통하고 있습니다. 처음이 힘든 것이지, 이번 사태를 통해 국회의원과도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음을 한 번 경험한 국민들은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기억하고 사용할 것입니다.

이것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 저희가 온라인 공간에서 시민의회를 만들고자 한 뜻이었습니다."라고 하신다면, 당신들 또한 시민들을 '쉽게 망각하고 마는 개돼지'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니신지요.

또한 일회성을 지양하고 지속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것은 반대의 프레임에서 본다면 '여론몰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세력의 여론몰이에도 꼭두각시노릇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시민대표 선출에 대한 논의는 중단하지만 국정개혁과제에 대한 평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시는데, 제가 평시민이면 당신들은 부장시민이나 수석시민쯤 되시는지요? 우리가 투표로써 권력을 위임하는 존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들도 똑바로 못해서 이 지경인데 대표만 자꾸 뽑아서 뭐하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가수 이승환 씨를 비롯하여 여러 유명인들이 마치 이 '온라인 시민의회'를 지지하고 참여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지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시민'이라는 위대한 이름을 가볍게 사용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모든 시민이 이 단체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여러 이유로 이 단체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박근혜가 싫으니까 이 모임을 지지해야겠다.' 혹은 '나도 촛불을 들었으니까 이 모임도 지지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될 부작용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현재의 이런 반발 여론을 예상하지 못하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예상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하다못해 '빠띠'라는 듣보잡 커뮤니티에 가입자라도 많아야 하는 것인지, 불필요한 의심까지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