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회의 필요와 그 구성의 어려움에 관하여...

1. 사실 시민의회가 필요한가라는 논의에서 민주주의 제도에서 의회라는 입법기관이 대의민주주의의 함의를 가지고 있으므로 원론적으로 다른 시민의회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필요성을 말하기 위해 비유하자면 검찰과 특검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사실상 특검이라는 제도는 불필요할 수도 있고,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태스크포스 임시위원회정도면 됩니다. 그러나 실재로는 검찰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신뢰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특검이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2.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으로서 국회는 이번 탄핵과정을 통하여 참 어렵고 놀랍게 민의의 비율을 정확하게 나타내었습니다.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는 하늘의 도움이라고 할 밖에 없으며 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하늘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진행과정을 복기해보면 아주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박근혜의 탄핵과 책임을 함께 져야 할 새누리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정치적 거래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의사를 위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의회의 목소리는 한 부류(새누리당)의 다수가 부역자였기에 민의를 대변하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체를 다 해산시킬 수도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누리당이 자체해산을 밟거나 야3당이 정당해산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나 이 일은 실재적으로 쉬운 일도 아닙니다. 

3. 이러한 특수한 사정으로 민의가 국회를 통하여 전달이 되는 과정이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고 민의가 왜곡되기 쉬운 상황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민의의 왜곡을 또 다른 촛불의 봉기로 너무도 멋있게 실현해왔습니다. 그러나 부패청산과 비정상의 정상화의 열망에 있어 "하나된 촛불"이 그 해결을 모색하는 대안들에 있어서는 당연히 여러갈래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서로가 강요하는 순간 분열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4. 우리의 과제는 "하나된 촛불"로서 "박근혜의 퇴진" "부패정치의 청산" "정경유착의 청산" "사법계의 정의실현"을 요구하여왔고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이후"에 대한 각계 각층의 고민들도 멈추지 말아야하고 비정상의 정상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즉, "그 이후"의 논의들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가능하고 의견수렴의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의회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적으로 대변하고 신속히 인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의 절반은 시민의 목소리보다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살피며 나머지 절반은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당은 개헌이라는 카드와 조기대선 가능성 앞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두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5. 여기서 "시민의회의 필요성"과 동시에 "그 구성의 어려움"이 공존하게 됩니다. 시민의회가 대의민주제도에 등장한다면 마땅히 "비상적(emergent)"이고 "일시적(temporary)"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표성의 기준을 인기투표처럼 치루어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어떤 이들이 시작한 것에 시민 전체의 민의를 담은 것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도 과히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온라인 시민의회에 대한 최근의 옹호와 비판 그리고 논의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6. 저는 현재 미국에 나와있어서 물리적으로 참여의 폭이 제한적이라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감사해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시민의회라는 이름을 선점하고 커뮤니티를 시작한 주최측이 "촛불시민"에 대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는 쉽지 않은 과정이고 사실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시민의회가 있어야한다."는 분들에 의하여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시민의회"라는 자발성을 강조하는 풀뿌리 지향의 명칭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작한 사람과 주도자가 있는 상향식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안고 있음을 먼저 상기해야합니다. 시민혁명으로서 촛불혁명은 "자발적"인 운동입니다. 그리고 이 자발성을 어떻게 또 운동으로 담아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촛불 그이후" "비정상의 정상화"로서 "사회의 새로운 시작"을 하기까지 우리의 촛불은 하나됨의 힘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고민은 촛불의 근원처럼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즉, 하나의 시민의회가 아니라 다양하고 각종의 시민의회들이어야 합니다. (여기는 당연히 자신들의 정치적 색을 강하게 가진 집단들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것을 분별해내고 견재하는 것 또한 시민 각자의 성장의 길이고 우리의 책임입니다. 다시 강조하건데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시민의회"는 필요하며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이상의 총론 아래에서 저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1. 먼저는 "시민의회가 있어야 한다"는 열정을 가지고 이 "온라인 시민의회"를 준비하여 주신 분들께 그 노고와 사랑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동시에 전체적 "자발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작한 부분에 대하여 "유감표명"을 부탁드립니다. 

2. 그리고 이후의 벌어질 수 있는 필요없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가능하시다면 "온라인 시민의회"의 주최가 어떤 분들이셨고 과정이 어떠하였는지 공개하여주시면 좋겠습니다.

3. 그리고 토론에 참여하여주시는 다른 분들께 건의합니다. 혹 이 주최측의 의도의 순수성이 받아들여진다면 이 공간을 "시민의회"로서 받아들일 필요는 당연히 없으나 "시민의회의 역할(아래에 설명하겠습니다.)"을 촉진하는 역할을 부여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4. "시민의회"가 있다면 그 역할은 당연히 "시민들의 목소리가 왜곡을 최소화하여 전달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대의적 민주주의의 큰 틀을 깨지 않으면서 함께 연합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어떤 또 다른 정당에 준하는 단체를 만들거나 시민의 대표를 또 다시 뽑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상황별로 시민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전달될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시민의회"라는 함의 안에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이러한 고민의 아이러니는 이러한 과거 고민의 결과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정치제도들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현 대한민국의 상황은 비상적 운동조직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다시 고민하고 다시 조직하는 것입니다.)

5. 일단 대의민주주의의 큰 형태로서 의회와 헌법수호의 기관으로서 법원을 존중하기 위하여 의결기구와 선출직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들의 역할을 감시하고 격려하는 국민의 책임을 다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더하여 정치인들과 각 대표들이 각계 각층의 시민들과 만나서 논의를 하고 또 그 민의를 반영하는 과정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하는 장을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6. 이를 위해 이 "온라인 시민의회"에서 국민 참여의 장을 각 영역별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고 이러한 민의를 오프라인 가운데 관련된 기관에 있는 정치인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도록 연결하는 것은 어떤가 합니다. 물론 언론도 이 과정을 도울 수 있어야 하리라 봅니다. 

7. 그리고 여야정 논의를 할 때에 시민 대표의 필요를 받아들여준다면 시민들의 의견의 수렴을 위하여 시민들의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 구성은 제 견해를 담아 예를 들면 각계 전문가 계층에서 30%, 지역과 세대 그리고 정당 성향을 대표하는 분들 30%, 그리고 무작위 시민 10%, 다음 세대의 초중고학생들 안에서 30% 정도로 하여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여 여야정 논의에 전달하도록 합니다. 여기서 위원회의 구성은 한 회기가 끝나면 해산하고 다음 회기는 전혀 다른 팀을 구성하도록 합니다. 당연히 여기서 언급되고 논의된 의견의 전달은 공개적으로 다시 토론과 검증을 거치도록 할 것이고 다음의 회기에 보완되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촛불의 민의를 전달하기 위함이므로 가급적이면 촛불집회 안에서 선정되면 좋겠습니다. 

8.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의회에서 "새누리당"이라는 사실상 공범집단이면서도 심판의 민의를 대변해야하는 정당의 자리에 있고 이들이 결코 적지 않은 의석수를 차지하여 있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다 원활한 민의의 대변을 위해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의견의 소통을 정치인들의 움직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 편에서도 불러다가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는 바입니다. 

따라서 "시민의회의 필요"라는 것은 정치권에서 시민들의 대표적 목소리를 조성하여 듣겠다는 움직임을 할 때에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어 나갈 "비상 상황"에서의 "임시적"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입니다.

또한 "탄핵심판 그 이후" "대한민국의 그 이후"를 시민들의 참여로 "비정상의 정상화"의 과정에서 손 놓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촛불민심의 적극적 표현으로서 공격적 태스크포스의 형성을 촉진하는 것이 두번째 목적입니다. 

끝으로 이 시민의회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그 쉽지않은 과정을 고민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재벌, 정치, 사법계의 부패에 당하고 우매하게 여겨진 악습을 뿌리뽑는 생각하는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되자는 것이 세번째 목적입니다.

대한민국의 재탄생은 정치 재벌 그리고 사법의 정상화와 함께 시민의 정치의식 성장 그리고 민주주의의 활용을 몸으로 익히는 것으로 이루어져 갈 것입니다. 그렇게 여기서 진행되는 우리의 토론들이 싸움이나 분란이 아니라 "하나됨"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점에 대한 표현에서는 "하나된 촛불"이지만 해법에서는 모두가 각양 각색이 된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면서 다른 이야기와 비판을 하더라도 여전히 하나인 "건강한 대한민국의 주권시민됨"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닥이
그러한 취지로 시민들의 의사를 모을 기구들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시민대표 시민의회 얘기를 해서 오해를 샀지만 미국에도 지방의회말고도 시민단체같은 시민의회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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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vic
@토닥이 시민사회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은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우리만의 운동을 내면화하는 과정이라봅니다. 이러한 시도 자체는 무척 훌륭합니다. 풀뿌리 차원의 운동으로 형성해가려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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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명
차분하게 의견을 개진해주시긴 했는데, 큰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이 시민회의의 시도가 대의민주주의의 큰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은 현행 대의제의 한계 때문에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한다는 시민의회의 취지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제안입니다.
한국 대의민주제의 한계 때문에 근본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고 대다수 국민들이 그에 대해 근본적인 혁명을 원하는 상황에서 현행 대의제를 거의 인정하고 그것을 보완해나자는 의견은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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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이
직접 참여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하여 사람들이 다소 혼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접 참여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건전성과 정당성과 효율성을 더욱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대의민주주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입니다. 다만 그 자체는 대중의 직접참여로 다수를 형성할수록 정당성의 원천을 갖습니다. 현행 선거법 등 대의민주주의의 허술한 법제도를 개혁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소환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보강하려는 모든 정신에는 직접참여민주주의의 노력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민심 또한 직접참여민주주의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의 기능이 패거리문화나 후보간 분열로 공론의장이 만들어지기 힘들게 작용하고 있다면 촛불에 나선 시민들이 직접 스스로 조직되어 대안을 만들려는 직접민주주의 시도는 이시기 매우 절실한 것으로 권장되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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