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시킨다는 취지 자체는 좋습니다.  허나, 전문가나 명망가보다 "평시민"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당초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민의회"를 대표할 인원들에 대한 추천 리스트는 "명망가" 위주로 선택되고 있다고 사료되며, 추천이나 투표보다 "추첨"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시고 계시지만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습니다. 

활동 및 의견 제안 등의 영역을 온라인에 국한하시는 것 또한 상당히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이군요. 이는 "시민의회"의 성공 사례로서 제시하신 에스토니아의 참고회의기구의 구성보다 훨씬 민주주의적이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의견과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이지 않는 온라인 단체라는 것은 결국에 수도 없이 많은 온라인 동호회 중 하나가 될 뿐이지요. 저는 온라인시민의회가 이래서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에스토니아의 참고회의기구는 또한 입법부와 전혀 따로 놀거나 국회를 해산시키고 그를 대체한 기구가 아닙니다. 의회라는 입법기구에 "이러한 의견도 있습니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기구로서 발족하였습니다.  에스토니아의 온라인 민회 시스템인 Rahvakogu는 2012년에 발생한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하여 시민단체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을 배경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단, 시민단체들만이 모여서 정부를 압박한 것이 아니라, 토마스 일버스 전 대통령과 안두루스 안시프 전 총리가 함께 의회와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일종의 의사전달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시작이 된 것입니다. 현재의 온라인시민의회는 첫째로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단체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만큼, 각 정당의 관계자들, 정치 경제 문화 등을 각 계, 비영리단체, 노동조합 및 협동조합 등에서 전문가를 소집하여 이루어지는 기구이며, 이 기구는 온라인 플랫폼 뿐만 아니라 우편을 통하여 민의를 접수하고, 그렇게 수집된 안건들을 1차적으로 시민단체와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1차 검증팀이 분류 및 검증을 통하여 안건을 항목 별로 나누어 정리를 한 후, 이것을 다시 전문가들이 모여 2차적으로 검증 및 선별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현재의 "추천받고 있는 시민의회 의원 후보"들 중 그 누가 "검증되고 선별된" 사람들인지, 혹은 정치적 중립성을 얼마나 띄고 있는 사람들인지, 그리고 각 계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한 검증이 된 분들인지 궁금해집니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다시 성별, 지역, 연령, 경제적 지위 등을 모두 고려하여 선별한 인원들을 무작위로 선출해서 토론을 벌이고(2013년의 4월의 첫 토론에서는 약 320여 명의 시민이 무작위로 선출되었지요), 이 토론 과정에서 채택되는 안건을 대통령에게 제안을 하면, 그 안건들 중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혹은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한하여 대통령이 국회와 국무총리에게 제안하고, 이를 다시 국회가 리뷰한 후 발의를 하여 입법화되는 시스템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은 2천여개의 안건을 시민대표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각 항목 별로 분류하여 18개 카테고리로 나누었고, 그 2천여개 안건들을 다시 시민들과 전문가, 현역 정치인, 각 계를 대표하는 대표자들, 그리고 무작위로 선출되는 시민 논객들이 모여 그 중 법제화 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지는 18개 안건을 선출하였으며, 이 중 15개가 입법부(국회)에 제출되어 그 중 3건이 법안으로 발의, 상정된 것이 에스토니아의 사례입니다.  온라인에서 수렴하지 못한 안건은 시민이 직접 우편을 통하여 안건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현재의 "온라인시민의회"라는 단체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이지요. 

또한, 에스토니아의 경우, 참고의회기구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진보, 보수 중도를 모두 아우르기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만, 온라인시민의회가 과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아우를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궁금해집니다.

현재로서는 올리시는 글들이나 발표하시는 성명 그 어디에도 "모두를 대표하고 대변하는 자세"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스토니아 같이 시민들의 민의가 직접 전달되는 참고기구가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에스토니아가 인구 131만명의 소국이라는 점,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 단임제라서 인기몰이를 위한 선거운동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국회의원의 정원이 모두 비례대표로 선출된다는 점, 국가 원수가 국가를 상징하는 대통령과, 국회를 수반하는 국무총리로 양분되어 국가 권력이 한곳에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19일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여 실행에 옮기시겠다는 스케쥴도 실현가능성이 없어보입니다. 에스토니아의 참고회의는 실제로 발족하여 행동에 옮길 때까지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참고회의기구에 모인 여러 안건들에 대한,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 대표들의 토론은 참고회의 발족에서 약 1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131만명에 불과한 소국입니다. 이 나라의 "직접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참고기구가 성립되기까지 1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인구가 5100만인 대한민국은 그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시도는 너무나도 성급해 보입니다. 현실을 무시하고 감정으로만 치닫는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금번 촛불집회를 통하여, 충분히 시민들의 총의가 입법부를 자극하여 그 총의를 하나의 결실로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3당뿐만 아니라 무소속과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참 및 친박계 일부도 함께 낸 결과라는 것은, 이제 입법부가 시민들의 총의를 무시할 수 없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한, 금번 탄핵소추안 가결은 시민의 총의를 수렴하여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한 "국회의원"들과 소신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행위를 하거나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 많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활동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러한 분들도 많이 계시다는 것을 보려하지 않고,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다른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올렸지만, 시민의회를 추구하는 것이 양비론자들의 망발이거나, 혹은 시작하기도 전에 선 긋고 편가르는 부류들의 총의가 아니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미 이 토론장에서도 볼 수 있듯,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해 "댓글부대, 재벌과 부패여당에 기생하는 쓰레기, 알바, 일베회원"등의 레토릭을 부여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개중에는 "아랍으로 이민가서 테러단체에나 가입해라"라는, 패륜적인 저주를 퍼붓는 분도 계시더군요. 도저히 올바른 시민행동을 추구하는 사람의 자세라 믿기 어렵습니다. 

시민의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의 의견(진보 뿐만 아니라 보수, 중도, 그리고 무당층의 정치혐오세력까지. 어린 학생들부터 은퇴한 지 오래된 노인들까지. 성소수자들과 여성인권운동가들과 다국적가정의 일원들까지.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비전문가부터 전문가까지.  모두. 모두 다 포함되어야 합니다)이 모여 그 안에서 서로가 납득할 만한 사안을 도출하고 그것을 시민의 총의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시작단계에서부터 자신과 다소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선을 긋고 편가르기를 시도하고 선동하는 모습들이 보여지는 작금의 상황, 과연 여러분들이 올바른 시민행동을 선도할 수 있을것인지, 전 그렇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또한, 토론장을 만들어놓고 문제를 지적하면 "주최측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급급하고 안일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본 사이트의 자세 또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구구
@성년월드훅과장 유명인 위주로 대표가 구성될 것이라는 우려에 깊게 공감합니다! 추첨과 추천의 비중이 골고루 있으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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